Linear Scan Kyoungtae Kim 7 October – 12 Nov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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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을 본떠서 시작한 광학기술이 우리의 능력을 초월하여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 올해 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우주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를 발견했고, 국내의 한 연구진은 인체의 세포를 관통하는 촬영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19세기 사진술이 발명된 이후로 사진은 기술과 함께 발전했다. 발명 초기 사진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정착시키기 위해 시도한 회화적 이미지를 연출했던 시기, 회화주의 사진에 반기를 들고 생리학에 기반하여 등장한 자연주의 사진, 20세기 카메라의 기능에 근거를 둔 사실주의, 보도사진, 스냅사진 등 사진은 사진가들에 의해, 각계 연구자들의 필요에 의해 혹은 예술 그 자체로써 흘러왔다. 사진술의 변화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당연할 터, 김경태에게 정밀한 사진 기술은 어떤 의미로 작용하여 지금의 그림과 같은 이미지를 완성하게 되었을까.
김경태의 사진은 사실적인 표현이 목표로 보이지만 전시장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인지과정에 혼란을 느낀다. 초점이 완벽하게 맞는 이미지에서 우리는 크기감을 상실한다.”라는 작가의 말이 그간의 작업 의도를 설명해 준다. 일면 과학적이면서 회화 같은 그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가까운 사물의 초점을 다루는 기법을 사용하고 본인이 관찰하고 싶은 피사체의 단면 또는 전체를 보기 위해 접사와 합성의 기술을 활용하며, 그중 하나의 인상을 포착한 후 자르거나 완전히 합쳐서 보는 태도를 통해 작업을 보여준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 세계의 순간이 담긴다는 사실에서 회화와 거리감이 생기지만, 그는 작업 전 과정에 걸쳐 촬영물의 질감을 이끌어내는 태도를 녹여냄으로써, 회화적인 인상을 느끼게 해준다.
작가는 2019년 휘슬에서의 개인전 ‹Dropping to the Surface›에서 ‘1cm 정방형 큐브를 촬영하여 건축의 투시도법을 참조한 실제와 소실점이 다른 기이한 오브제 이미지를, 2021년 두산갤러리 개인전 ‹Bumping Surfaces›에서는 조화를 대상으로 포커스 스태킹의 기본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표면의 질감을 극대화한 작업을 전시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초점을 다루는 것을 기법으로 활용하는가? 그는 오래전부터 물체의 표면을 탐구하며 그 겉모습을 한 화면에 완벽하게 담기 위해 선명한 이미지를 완성하는 사진 합성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고정하거나 앞으로 이동하며 촬영한 초점면에서 발생하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그를 이 기법에 정착하게하여 이와 걸맞은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이게 했다. 작가는 우리가 사물을 관찰할 때 한 곳을 응시한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짧게 여러 부분의 초점을 인식한 후 하나의 사물로 인지하는 과정이 이 기법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활용하는 포커스 스태킹 프로그램은 주로 촬영대상의 여러 부분의 초점이 담긴 이미지들을 한 장의 선명한 이미지로 합성하는 데 사용된다. 보통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초점이 맞게 되는 깊이가 얕아지면서 초점면 이외의 부분은 모두 흐릿하게 담긴다. 합성 프로그램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여 초점이 맞는 수백 장의 이미지를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기능에 적합한 사물을 촬영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행위가 된다. 이번 휘슬 개인전 ‹Linear Scan›에서 그는 이 접사, 합성 기술을 하나의 트릭으로 사용한다.
김경태는 지난해부터 준비한 초점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구조물 사이를 지나갈 때 대상을 향해 이동하며 변하는 시야를 관찰하는 경험을 재현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우리가 숲을 걸어가는 것에 비유한다. 나무가 많은 숲길을 걸어가면 시야에 닿지 않던 나무들이 서서히 보이는 것 말이다. 이 기법으로 최초의 시점에서 보이지 않던 구조물이 하나의 화면에 합쳐지며 드러나는 특징을 고찰할 수 있다. ‹Linear Scan›전에 촬영물로 선택한 것은 작은 이다. 솔의 구조를 보면 섬유 다발이 일정하게 수직이나 사선으로 교차하며 뻗어 있다. 이 사물은 초점의 이동을 가장 짧은 거리의 촬영으로 구현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초점거리가 짧을수록 초점면의 앞, 뒤로 서 있는 사물들은 극명하게 흐려지고 반투명하게 보인다. 초점이 뚜렷한 부분을 자동으로 합성하는 알고리즘은 여기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본래 초점면 뒤에 가려져 있던 이미지가 합성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은 두 가지 형식으로 전시되어 있다. 작품은 두 개의 작업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것과 단독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로 제작되었다. 나란히 놓인 세트 작품은 시선과 초점이 이동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하나만 놓인 이미지들은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기법을 잘 드러낸다. 특히, 작은 원뿔 형상이 겹쳐 보이는 ‹Crossing Surfaces SB2a›(2022)와 색색의 물결이 세워진 ‹Crossing Surfaces RB1a›(2022)는 그가 비유했던 숲의 모습이 기묘하게 겹쳐 보인다.
작가는 그동안 돌, 너트,, 스케일 큐브, 조화 등을 촬영 대상으로 선정하여 사물의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게 확대하거나, 원근이 사라진 고해상 이미지를 선보여왔다. 본래 감각을 상실하게 만드는 그의 작품에는 먼지, 스크래치, 이상하게 합성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는 특별한 보정 없이 오점을 드러냄으로써 수수께끼 같은 모양에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매번 대상은 다르지만 그가 스케일과 질감을 면밀하게 다룬다는 점은 같다. 김경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 시각의 확장과 한계점을 동시에 드러내고 비현실적인 장면을 분절하여 보는 방식을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다.

글 김수현(휘슬, 부디렉터)

김경태(b. 1983)는 중앙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École cantonale d’art de Lausanne(ECAL)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작가는 개인전 ‹Bumping Surfaces›(2021, 두산갤러리, 서울), ‹Serial Compositions›(2021, einBuch.haus, 베를린) 그리고 표면으로 낙하하기›(2019, 휘슬, 서울)를 개최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베니스건축비엔날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일민미술관, 국제갤러리, 송은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Linear Scan
Kyoungtae Kim